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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소년의 사랑과 섹스를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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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17회 작성일 17-05-2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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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학교에서 바라 본 세상

청소년의 사랑과 섹스를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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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2년째 대한민국의 초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성교육과 보건수업, 가정수업을 들었지만, 그 누구도 나에게 섹스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래도 난 제법 운이 좋은 편이어서 학교 때 각종 피임법을 배웠고, 콘돔 사용법 실습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는 학교가 대부분임이 분명하다. 가정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가족 구성원 누구도 나에게 성에 관해 얘기하려고 하지 않았고, 집 안에서 섹스는 일종의 금기어였다.

 

지난주 일요일, 나는 부산문화다양성 행사에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부스 운영을 위해 참여했다. 우리 부스에선 학교와 가정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을 위해 각종 피임용품과 월경용품을 전시하여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콘돔과 생리대, 탐폰을 나누어 주는 행사를 했다. 하지만 부스 안으로 들어와서 체험하는 사람은 대부분 비청소년이었고, 청소년들은 부끄러워하며 부스를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다. 부모와 함께 온 청소년의 경우, 부모의 눈치를 보거나 부모의 손에 이끌려 빠른 걸음으로 부스를 지나쳤다. 청소년을 위해 만들어진 부스가 정작 청소년에게는 눈치가 보이고 부끄러운, 진입장벽이 높은 공간이었던 셈이다.

 

학교와 가정에서의 제대로 된 성교육 부재, ‘섹스에 대해 말하는 것이 일종의 사회적 금기로 여겨지는 문화, 그리고 청소년을 무성적인 존재로 여기는 사회의 분위기는 청소년의 성을 금지된 것으로 만든다. 이렇게 청소년에게 성과 섹스가 박탈되는 이유는 청소년기가 만들어진 개념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청소년기는 아이와 어른 사이에 존재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단계쯤으로 여겨진다. 청소년기는 산업화 시기에 만들어진 개념이다. 산업화 이전에는 노동 능력에 있어 아이와 어른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어른이 하던 노동은 아이 또한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아동은 실제로 노동의 주체이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노동은 더 많은 기술과 전문성을 요구하게 됐다. 노동을 위해 필요한 학습이 늘어나게 됐고, 생애의 일정 시기가 노동 능력을 기르는 준비 기간으로 여겨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아이와 어른 사이의 시기, ‘청소년기가 탄생했다.

 

산업화 시기에는 가족에 대한 의미가 재정립되기도 했다. 가족은 아동이 노동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될 때까지 책임지고 보호하며, 교육하는 공동체로 정의되었다. 우리 사회의 정상 가족은 성인의 노동 능력이 있는 남성과 여성이 결합하여 하나 이상의 아이를 낳아 기르는 가정이다. 이는 가장 효율적으로 노동력을 생산하는 가정이기도 하다. ‘정상 가족이 생기면 반드시 비정상 가족이 생기기 마련이다. 노동 능력이 없는 청소년기의 임신과 출산은 ‘10대 미혼모 가정따위의 이름으로 불리는 비정상 가족을 만들어 낸다. 비정상 가족을 만드는 여성청소년의 임신과 출산은 죄악시된다. 청소년 미혼모는 사회적으로 낙인찍히며, 학교에 다닐 경우 퇴학처분을 당하는 등 교육권을 박탈당하기도 한다. 청소년과 학생은 임신과 출산을 해서는 안 되는 존재인 것이다.


 

"청소년의 섹스와 스킨쉽사랑을 금기시한 결과는 

청소년의 섹스를 

더 어둡고 비위생적이며 

안전하지 못한 곳으로 내모는 것이었다."


섹스가 성인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임신과 출산이 노동능력이 있는 성인들의 전유물인 탓에, 임신의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의 섹스는 잘못이자 금지된 영역이 된다. <춘향전>의 주인공인 춘향은, 16세의 나이에 성적 주체성을 가지고 자신의 섹스라이프를 즐겼던 조선시대의 여성이었다. 한국 현대 사회에서는 더는 춘향이 나오지 않는다. 청소년의 섹스는 잘못이며, 청소년은 성적 주체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기의 섹스는 제도적으로도 금지된다. 모텔을 비롯한 숙박업소에 남성과 여성 청소년의 혼숙은 법적으로 금지된다. DVD방과 멀티방과 같이 청소년이 모텔의 대체재로 택해 사랑을 나누던 장소도 탈선의 온상이라며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여성가족부는 일반 콘돔은 나이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돌기형 콘돔, 사정지연 콘돔 등 특수콘돔의 경우 성인만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여가부의 해명은 청소년들이 성관계 시 쾌락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은 쾌락조차 느낄 수 없는 인간인 것이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남녀공학 학교에서는 스킨쉽을 교칙으로 금지하고 있고, 심지어 연애 자체를 금지하고 있기도 하다. 스킨쉽이나 연애 사실을 들키는 것만으로도 교사의 눈치를 보게 되거나 징계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랑에 잘못을 묻는 학교라니, 이렇게 반교육적일수가 없다.

 

청소년의 섹스와 스킨쉽, 사랑을 금기시한 결과는 청소년의 섹스를 더 어둡고 비위생적이며 안전하지 못한 곳으로 내모는 것이었다. 섹스와 스킨쉽을 들키지 않아야 하는, 부끄러운 일로 여기게 하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었다. 청소년은 안전하고 위생적인 공간에서 섹스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화장실과 상가 계단과 같이 더럽고 위험한 곳으로 내몰린다. 제대로 된 피임교육을 받지 못해 올바른 피임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을뿐더러, 피임도구를 살 때의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쉬쉬하기마저 한다. 그들의 행복추구권은 어른들의 시선과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박탈당한다.

 

청소년에겐 사랑할 권리가 있다. 위생적이고 안전한 공간에서 섹스할 권리도 있다. 또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 쾌락을 느낄 주체이기도 하다. 청소년의 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든 섹스로부터 청소년을 배제하고 보호하려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섹스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과, 그럴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성적 주체로서 청소년을 인정하고, 청소년의 섹스를 받아들여야 한다. 청소년의 사랑을 지원하고 보장하자.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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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영은 진주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청소년 바보회>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활동가입니다우리 사회에 대해 글을 쓰는 글쟁이이기도 합니다더 궁금한 점이 있거나뜻을 함께 하고 싶은 분들께서는 카카오톡 (박태영 ID:hexaframe)으로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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